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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ing Dreams into the Wild Shishged"-몽골 타이멘 어드벤처 1 본문

타이멘 낚시 여행/낚시이야기

"Casting Dreams into the Wild Shishged"-몽골 타이멘 어드벤처 1

flycaster 2025. 8. 3. 01:07

A Journey We Couldn’t Share, A River That Began Again

함께 하지 못한 여정, 다시 시작된 강

함께 하지 못한 마음의 여정

5월 초였다. 허리가 슬며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몇 번 통증이 스쳐 지나간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결이 달랐다.
몸이 먼저 알고 있었던 걸까?  불길한 예감은 묘하게도 빗나가지 않았다.

7월 초 두 번째 캐나다 치눅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항공권, 낚시 라이선스, 비자까지 모든 준비는 빈틈없이 마쳤고 나는 매일같이 속삭였다.
“괜찮아질 거야. 이번에도 잘 넘길 수 있을 거야.”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물리치료에 마음을 다했다.
그리고 스틸헤더님은 내내 따뜻한 말과 진심 어린 응원으로 내 옆을 지켜주셨다.


하지만 아무리 붙잡아도 흩어지는 건 바람뿐만이 아니었다.
희망도 결국 느슨한 매듭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스틸헤더님은 아픈 허리를 먼저 챙기라 하셨지만 나는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었다.
그와 함께 같은 물가에 서서 같은 바람을 맞으며 캐스팅하는 상상을, 수없이 했으니까.
그러나 고장난 허리는 차마 나를 그 여행에 태워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괴로웠던 건 함께하지 못하는 그 상실감이었다.
단순한 낚시가 아니었다.

그건 마음의 여정을 함께 걷는 일이었으니까.

 

10년전 서리가 내리기 전 스틸헤더님의 모습 - 스키나에서

 

그 즈음, 뜻밖의 연락이 왔다. 2년전 함께 몽골 타이멘을 다녀온 SJ였다.
"이번 해에는 꼭 SHISHGED 강에 가보고 싶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깊게 가라앉았던 내 마음이 조용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몸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마음은 이미 물가를 헤매고 있었다.

그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전보다 체계적이고 비교적 신뢰할 만한 캠프에 예약했고 망설임 없이 비용의 절반을 송금했다.

 

SJ

무거운 것은, 결국 사람과의 약속이었다

사실, 그 캠프는 처음부터 가볍게 선택한 곳이 아니었다.
2023년 오랜 낚시 친구의 부탁으로 그의 지인 네 명이 2024년에 반드시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어렵게 예약을 진행했다.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가능하면 호그강에 위치한 아마추어틱한 캠프보다 고급스럽고 좋은 캠프로 부탁해.”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수많은 선택지를 좁혀가며 최선의 자리를 찾아 나섰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조행이 끝난 날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나는 하루를 더 머물렀다.
바쁜 일정과 높은 체류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캠프 오너와 일정을 다시 맞춰가며 진심을 다해 약속을 정리했다.

 

연말이 가까워지자 캠프 측에서는 예약 확정을 요청했고 나는 다시 그 친구에게 연락을 취했다.
돌아온 말은 단 한 줄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두 달이라는 시간은 결정을 내리기에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었다.
무엇을 더 기다려야 했는지 나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두 달이 흘러 2024년 2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못 갈 것 같아.”
그 말 외엔 아무런 설명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식어갔다.
관계의 무게는 결국 태도에서 드러난다.
나는 그날 한 가지를 고민하였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인연을
나는 어디까지 품어야 하는가.

 

그날 이후 내게 남은 것은 캠프 오너에 대한 깊은 미안함뿐이었다.
그는 나를 믿고 귀한 자리를 비워두었고 나는 그 믿음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되어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야 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낯선 이에게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했던 불편한 순간들
믿음이 무너지는 소리를 조용히 들으며 나는 어딘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

 

플라이 낚시는 자연과 맺는 약속이다.
그러나 나는 그해 겨울
자연보다 더 무거운 약속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생각이 닿은 사람과의 약속.

 

관계는 존중에서 시작된다.
그 존중은 관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끈이 된다.
그 끈이 느슨해지거나 끊어지는 순간
아무리 단단했던 인연도
소리 없이 흩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약속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보여주는 태도라는 것을

 

플라이 온리 로지
로지 메인 리빙 룸

플라이 라인이 다시 나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부터 꿈처럼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이름 ‘시시키드 강의 중류, 엔진보트로 한 시간은 더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몽골에서도 가장 문명과 동 떨어진 그러나 가장 모던하고 고요하고 럭셔리한 ‘플라이 피싱 온리’ 카나가이 로지에서 연락이 왔다.

잠시 망설였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가보자! 아프면 잠시 쉬면 되지. 도저히 안 되면 진통제라도 먹고 버티면 돼."

 

나는 SJ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길을 가지만 낚시는 각자의 시간대로 해야 할 것 같아."
그러자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손해는 감수하더라도 일정을 함께하겠습니다."

 

그 한마디는 나의 마음을 단단히 단단히 붙잡았다.
그렇게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밤 9시30분 탑승을 기다리며

 

새벽 12시 30분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했다.
게이트를 나서는 순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몽골에서의 유일했던 친구 볼두의 동생 투루.
우리는 서로를 힘껏 껴안았고 그의 가족 소식 안부 인사를 나누는 짧은 순간에도 진심은 선명히 묻어났다.

 

날이 채 밝기 전, 허기를 간단한 햄버거로 달래고 우리는 새벽바람을 가르며 무릉으로 달려갔다.

창밖의 풍경은 아직 어둠에 가려 있었지만 그 안에선 알 수 없는 생명력이 소리 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의 플라이꾼이 다시 깨어났다.

고요한 격정이었고 플라이 라인은 다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모험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낚시’ 그 이상의 것이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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