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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초원,바람 그리고 여행
밀양으로 향하는 길 본문
오늘 스틸헤더님과의 식사 약속이 있었다.
운전 대신 기차를 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렇게 가고 싶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오랜동안 기억에 잠들어 있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삶은 달걀과 사이다,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서울로 가던 날들의 냄새였다.
기차는 나를 목적지가 아니라 시간 속으로 데려갔다.
상도동 백부님댁에 계시던 할머니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자갈치시장에서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생선을 사 오셨고
마당 한켠에서 묵묵히 손질하시던 뒷모습
그땐 그 장면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그 평범한 풍경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리운 것은 폼 나게 살던 시절이 아니라
말이 없어도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다.
문득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궁화호 타고 여행 한번 가자.”
좌석은 넓고, 사람은 적고, 속도는 느린 그 기차가 좋다고 했다.
어디로 갈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천안에서 우동을 후루룩 먹던 기억도 떠올랐다.
덜컹거리던 기차, 창밖으로 스치던 풍경
괜히 바쁘게 움직이던 젊었던 나
도대체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아마 나는 꽤 오래 너무 빠르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느린 기차 위에서야
비로소 그리움과 마주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창문 너머의 풍경은 낯설었다.
철로변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집들은 사라지고
가지런한 아파트만이 시야를 채웠다.
기억은 그대로인데 세상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열차 안에 울려 퍼지는 영어 안내방송이 잠시 나를 멀어지게 했다가
곧이어 들려온 승무원의 한국어 목소리가
조용히 나를 다시 제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아, 아직 여기는 내가 살던 세상이다.
구포역에서 사람들이 올랐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온 젊은 이들
그리고 나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아온 얼굴들
각자의 사연을 품은 채 말없이 자리에 앉는 모습이 닮아 있었다.
열차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지나온 시간을 배웅하듯 플랫폼 앞에서 숨을 고르는 것 같았다.
뒤쪽 좌석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딸이랑 사위가 고생이 많다.”
표현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을 살아온 말투였다.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긴 시간이 고여 있었다.
나는 그 중간쯤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
말을 아끼는 법도 알지만
가끔은 마음을 꺼내 보이고 싶어지는 나이
열차가 다시 움직였다.
마른 나무들과 겨울 햇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들판과 집들이 흘러갔다.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풍경을 오래 바라보았다.
느린 듯 제 갈 길을 가던 열차는
어느새 삼량진역에 서 있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어릴 적 딸기밭에서 했던 ‘미팅’.
이성이 아직 낯설던 시절
또래를 만날 수 있던 거의 유일한 기회였다.
누구와 함께였는지는 흐릿하지만
그 시절의 내가 참 많이 미숙했으리라는 건 알 것 같다.
대야에 담긴 딸기 앞에서
깔깔거리던 웃음소리만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땐 아마 비둘기호를 타고 갔을 것이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받은 작은 보상처럼
오늘 나는 다른 이유로 이 길 위에 있다.
오랜 낚시 친구와 점심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그때의 설렘과는 다르지만
누군가와 여전히 만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열차는 다시 움직이고
나는 생각한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왔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사람을 만나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곧 밀양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흐른다.
나는 기억이라는 열차에서 조심스레 내린다.
지나온 시간들을 뒤에 남긴 채
플랫폼에 발을 디딘다.
하지만 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또 다른 열차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내리며 무심코 바라본 무궁화호의
겹겹이 쌓인 덧칠 자국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으로는 가려지지 않아 다시 덧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또 칠해온 흔적들
그 모습이 내 삶과 닮아 보였다.
서툰 선택 위에 또 다른 선택을 얹고,
상처 위에 일상을 덧입히며 여기까지 왔다.
완벽하게 지워진 것은 없지만
그래서 지금의 내가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플랫폼에 잠시 서서 숨을 고른다.
기억은 열차와 함께 멀어지고
발밑의 차가운 바닥만이 지금을 붙잡아 준다.
그리고 나는 안다.
다시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때
또 다른 열차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태우고
다음 시간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것을.





에필로그
밀양역을 벗어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차가 나를 데려다준 건 장소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속도였다는 것을
앞으로의 날들에서도 나는 아마 서두르며 살겠지만
가끔은 오늘처럼 일부러 느려질 것이다.
기억이 먼저 도착해 나를 기다리는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나 자신을 다시 불러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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